항암치료는 단지 몸만 아픈 과정이 아니었습니다.
오히려 매일 바뀌는 감정의 파도가 더 버겁게 느껴졌어요.
괜찮다가도 갑자기 눈물이 나고,
아무 일도 없었는데 이유 없이 화가 치밀거나, 텅 빈 기분에 빠지기도 했죠.
‘내가 왜 이러지?’ 하는 자책도 늘 따라다녔습니다.
체력은 떨어지고 입맛은 사라지고,
거울 속의 초췌한 모습에 자존감이 무너졌습니다.
무엇보다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느낌이 너무 힘들었어요.
이전까지는 나름대로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,
치료 중에는 하루도 제대로 통제할 수 없었죠.
가장 먼저 배운 건 ‘억지로 긍정하려 하지 말자’는 거였어요.
괜찮지 않으면 괜찮은 대로 인정하고, 힘들 땐 그대로 느끼는 연습을 했습니다.
감정을 숨기기보다는 일기처럼 써내려가며 토해냈고,
때론 눈물도 참지 않았어요. 그렇게 나를 조금씩 이해하게 됐습니다.
하루 중 딱 15분이라도 좋아하는 음악 듣기,
햇빛 쬐기, 가볍게 몸 움직이기 같은 작은 루틴이 큰 힘이 되었어요.
무언가를 ‘한다’는 감각 자체가 내 안의 에너지를 조금씩 회복시켜줬거든요.
무엇보다 매일 한 줄이라도 감사한 일을 적으며 마음의 중심을 되찾으려 애썼습니다.
몸만 회복되면 되는 줄 알았는데, 마음이 먼저 무너지면 몸도 따라 무너지더라고요.
그래서 저는 말하고 싶어요.
“당신이 느끼는 감정, 그 자체로 충분히 정상입니다.”
그걸 견디고 있는 지금의 당신은 이미 잘하고 있는 거예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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