수술실에서 나와 중환자실 침대에 누워 있을 때,
가장 먼저 든 감정은 “나는 무사한 걸까?”였습니다.
마취가 서서히 풀리면서 느껴지는 통증과 온몸에 붙은 관들.
몸은 살아 있는데, 내가 정말 살아 있는 건지 실감이 나지 않았던 순간이었어요.
식도암 수술 후 가장 힘들었던 건 ‘먹을 수 없음’이었습니다.
입으로는 아무것도 넣지 못한 채 코를 통해 위로 연결된 관을 통해
영양을 공급받는 상황이었어요.
물 한 방울도 삼키지 못하고, 침조차 삼키기 힘들 만큼 목이 아팠죠.
간호사 선생님이 “이틀 뒤 물 한 모금 드실 수 있어요”라고 말해준
그 한마디가 그렇게 반가울 줄 몰랐습니다.
면회 제한이 있었지만, 보호자 한 명이 짧게 들어올 수 있었어요.
그 짧은 시간 동안 남편과 눈을 마주쳤을 때,
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눈물이 났어요.
그 순간, 살아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깨달았습니다.
“내가 다시 예전처럼 살 수 있을까?” “혹시 재발하진 않을까?”
이런 불안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. 몸이 아픈 것도 고통이지만,
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매일 밤 잠을 이루지 못하게 만들었죠.
그 일주일은 제 인생에서 가장 긴 시간이었습니다.
하지만 동시에, 물 한 모금 마시는 일,
가족의 손을 잡는 일, 햇빛이 창으로 스며드는 그 순간들이
얼마나 귀한 것인지 온몸으로 느끼게 된 시간이었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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